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다

나는 재혼가정에 이혼가정이야 이복동생 3명이 있고, 20살이라는 나이에 그 어린 것들을 돌보고 있어 친오빠는 곧 군대에 가서 이젠 진짜 나혼자 봐야한다고 생각해야돼 아빠는 새벽에 출근 하시고, 오후 3시쯤 집에 오셔서 7~8시에 보통 잠자리에 드시는 편이야

대학 다니다가 자퇴했고, 알바라도 해야할 거 같은데 오전에 집안일 하고 오후엔 동생들 봐야해서 알바 시간이랑 맞추는 게 힘들더라고 동생들 나이는 첫째가 초1, 나머지는 유치원생들이야

본론만 말하자면 이 지옥같은 곳에서 빠져나오고 싶은데 그게 잘 안돼 이 상황이 되게 웃기고 어이없는 거라는 걸 알고, 내가 책임지지 않아야 될 부분이라는 것도 알고 있는데 꽤 오랜 기간동안 이렇게 살아왔어서 떨쳐내는 게 쉽지가 않아 너무 불쌍하잖아 내가 놔버리면 쟤네랑 아빠가 어떻게 될지 뻔히 보이는데 나 편하자고 가족을 등져버리는 게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닌가 싶어
친구가 20대 초반을 그렇게 날리면 아깝지 않냐고 했는데 나도 너무 아깝고 억울하고 속상해 죽겠더라
애들 돌봐줄 사람이 있으면 나도 엄마역할이 아니라 누나역할로 돌아가겠는데 돌봐줄 사람이 없으니까 내가 할 수밖에 없어
남들은 대학가서 공부도 하고, 미래 설계도 하고, 친구들이랑 놀고 그러는데 내 모습을 보면 그저 추한 것밖에 안 보이더라
내 자신이 자꾸만 작아지고, 열등감 생기고, 하루종일 우울하고, 김정기복 심해지고 내가 망가져가는 모습이 보이니까 너무너무 끔찍해 별것도 아닌데 동생들한테 짜증내는 날이 많아지고, 겁 먹는 애들 보면 죄책감 들고, 내 20대가 이렇게 날아간다고 생각하니 암담하고 처참하고 억울하고 막막해
가족들이랑 몇번이고 상의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어쩔 수 없지 않냐, 조금만 버텨줘라 그 말뿐이야
나는 내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니라 내 인생을 동생들 인생에 바치고 있는 것 같아 하루하루 죽어가고 있는 것 같아 내가

너무 우울에 허우적대면 또 예전처럼 돌아갈까봐 내가 지금 무엇때문에 우울하고, 이 우울한 게 사라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고 글로 써내려가면서 마음 다잡고 있는데 별 소용은 없더라 잠시 잊히는 것뿐이고, 금세 슬금슬금 우울이 올라와

내가 낳아서 책임져야 할 애들이 아닌데 왜 이 고생을 내가 다 하고 있을까 나는 왜 이런 것들을 놓지 못하고 집고 있어야만 하는 걸까 내가 그냥 너무 답답하다